정말 나는... 매달 존잘님들 차린 상에 숟가락 얹는 격이라 쑥스러워서 틔터에서 언급도 잘 못하지만..월간뉴민 보세요 정말 쩜오디 커플링에서 웹진 나오는 것 저는 처음 보았다 우리웹진 초호화 캐스팅 연재하시는 분들도 게스트분들도 짱짱맨 크흑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부터 좀 유별나다는 생각은 했었다.
결재를 올리기 전 파티션 위로 고개를 빠끔 들어 부장의 기분을 살피다 눈이 마주쳤을 때 은근하게 지었던 표정이라던가, 분명 제 시간 안에 일을 끝내 잔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자청해 퇴근을 기다려 준다던가 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 꼬리 아래와 입술 끝이 짙게 파이는 그 웃음이나, 적재적소에서 배려와 센스가 넘치는 행동들이 온전히 제게만 향하는 건 또 아니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아이작 씨의 미소를 봐서 너무 설렜다느니, 아이작 씨가 음료수를 뽑아 줬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마시겠냐느니 하며 얼굴을 붉히는 여직원들의 잡담을 들은 일이 두 손에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잦았던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원래 그의 천성이려니 했던 친절함이 이런 의미를 품고 있는 줄은 몰랐지.
「형 올 때 레드불!」
시험기간이라 며칠째 날밤을 새는 동생이 보낸 메시지의 진동에 문득 잠에서 깨어난 민호는 휴대폰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난감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제 손등 위를 덮듯이 감싸 쥔 또 다른 손. 그리고 손바닥의 서늘한 온도를 따라 시선을 올리자 예의 그 ‘친절한 아이작 씨’ 가 핸들 위로 엎드려 제 쪽으로 고개를 뉘인 채 잠들어 있었다. 다른 한쪽 손은 딱딱한 핸들과 그의 머리 사이를 받치고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 소매 위로 머리카락이 짓눌리고 입술 새로 고단한 숨이 빠져나왔다. 저도, 뉴트도 자정이 넘을 때까지 쭉 이렇게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그의 모습이 꼭 흑백사진 같았다. 얼마 전부터 요 근방의 가로등을 수리한답시고 골목에 불을 밝히지 않은 탓이다.
손등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빼 보려고 했지만 잠결에 손을 더 더욱 꽉 잡아 쥐는 탓에 본전도 못 건졌다. 민호는 고민했다. 둘 다 고만고만한 키였지만 뉴트는 마른 편이었기에 체격은 제가 더 좋았다. 이대로 뉴트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흔들어 깨운 후 집에 가라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제가 모른 척 하려 해도 뉴트가 먼저 입을 연다면? 생각해보니 그리 간단명료한 문제가 아니었다. 온 몸의 감각세포가 그의 손과 맞닿아있는 손등을 향해 곤두선 것 같았다.
이걸……대체 어쩌면 좋냐고, 뉴트.
먼저 깰 때까지 나도 그냥 눈이나 좀 더 붙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차에 여름용 재킷의 얇은 천 너머로 다시 한 번 불빛이 새어 나왔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이번엔 아예 전화를 건 모양인지 이전보다 조금 더 길게 지이잉-. 비교적 자유로운 한 손으로 허둥지둥 종료 버튼을 눌렀지만 선잠이 들었던 뉴트의 미간은 이미 좁혀진 채로 꿈틀대고 있었다. 곁눈질로 흘끔 살핀 뉴트의 눈꺼풀이 벌어짐과 동시에 민호는 얼른 눈을 감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기를 바라며 입으로 색색거리고 잠든 소리를 내었다. 잠시 후 손등을 덮고 있던 서늘함이 사라졌다.
‘민호……, 자?’
속삭이는 목소리가 지척에서 들렸지만 민호는 여전히 자는 시늉에 몰두했다. 이대로 뉴트가 목소리를 조금 더 높여 저를 깨우면 방금 전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그러니까 맞닿아 있던 손의 온도, 좁은 차 안을 둘러싸고 있는 간질간질한 공기, 숨기지 못하고 새어나온 진심도 모두 모르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눈가를 문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척, 집에 잘 들어가라고 인사를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기대한 것과 다르게, 민호를 깨우는 친절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옷깃이 스치는 소리와 제가 등을 기대고 있는 조수석의 시트를 쥐는 감각이 느껴졌다.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인기척이 나고, 감고 있지만 한낮의 달처럼 어슴푸레한 눈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뉴트의 것임이 분명한 그림자가 지나치게 가깝다고 느낄 때, 인위적으로 숨을 뱉고 있는 입술 위로 온기가 내려앉았다.
놀랄 틈도 없었다. 쪽. 서늘한 손과 달리 태양을 삼킨 듯 뜨거운 입술은 짧고 간지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눈앞을 가로막던 그림자와 인기척이 모두 사라지자 민호는 숨 쉬는 법도 잊은 사람처럼 가만히 실눈을 떠 옆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뉴트가 한 쪽 손을 이마에 댄 채로 핸들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낮지만 분명한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