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늍민 푸드합작 05. 푸딩: Sugar High

-ro 2015. 8. 29. 00:46



150901 NEWT MINHO 푸드 합작


05. 푸딩 : Sugar High

일러스트 · Puchipu 님 / 글 · 로한


(파티쉐 뉴트 & 대학생 민호 설정의 AU입니다)



  “포장해 주세요.”

  “왜요?”


  파티쉐는 의아한 눈으로 쇼케이스에서 푸딩을 꺼내며 물었다. 창밖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처럼 노랗고 반들거리는 커스터드 푸딩과 희고 긴 손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이 쇼케이스 가득 차 있는 푸딩이랑 이 아래의 쿠키, 쇼트케이크까지 다. 전부 저 손에서 태어난 거겠지. 마술사의 손.

  매번 군말 없이 포장해 주었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온 적은 처음이었다. 아, 하고 입을 열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답할 수 없다기보단 사실대로 대답하기가 좀 그랬다. 민호는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파티쉐는 미간을 좁혔다. 그는 일이 바쁜 사람이다. 하필이면 오늘같이 손님 많은 날 알바생도 없다. 얼른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민호는 최대한 자연스럽길 바라며 말했다. “여자 친구 줄 거라서요.” 평소 이런 식으로 둘러대면 예쁘게 생긴 알바생 여자애는 ‘그래요? 여자 친구 좋겠다~.’ 이렇게 상냥하게 말하며 별 말 없이 포장을 해 주었는데.


  “거짓말.”

  “예?”


  허리까지 오는 쇼케이스를 사이에 두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민호의 맞은편에 선 뉴트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어색하게 웃어도 보조개가 드문드문 파이는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뉴트는 매번 여자 친구 줄 거라면서 정작 여자 친구는 한 번도 데리고 온 적이 없는 이 남자애가 발칙한 핑계를 대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보나마나 뻔하다. 여자애들 바글거리고 꽃무늬 테이블 보 일색인 이 가게에서 스포츠 백 둘러매고 혼자 앉아 푸딩 먹을 생각 하니까 운동하는 사나이 체면에 많이 민망한 거겠지. 매번 속아줬지만 오늘은 왠지 딴지를 걸며 장난을 치고 싶었다.


  “쇼케이스 볼 때마다 눈이, 어? 저기 저 꺄꺄거리는 아가씨들처럼 반짝반짝 빛나는데. 여자 친구 줄 거라고? 본인 먹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서비스 줄게요.”

  “…진짜 아닌데요.”


  아니긴 뭘 아니야. 뉴트는 방금 쇼케이스에서 꺼낸 푸딩을 망설임 없이 푹 떠서 민호의 입에 밀어 넣었다. 반사적으로 덥썩 스푼을 문 민호의 얼굴에서 잠깐의 환희와 감탄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 뉴트는 이 순간을 제일 좋아했다. 자신이 만든 디저트를 먹고 황홀경에 빠지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관찰하는 것.

  반사적으로 우물우물 푸딩을 삼키던 민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강아지 같은 얼굴이 모로 갸우뚱 기울었다.


  “근데 있죠 이거 캐러멜 시럽 안 뿌린 것 같…….”


  아차, 황급히 입을 닫았지만 쉽게 뭉그러지는 푸딩처럼,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거 봐요.” 허를 찔린 얼굴의 민호를 보며 뉴트가 눈꼬릴 접고 사르르 웃었다.

  그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푸딩이 단지, 아님 이 남자의 미소가 단 것인지, 민호는 구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