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팔로해놓은 먹짤 봇들이 사탕 사진 와다다ㅏ다ㅏㅏ풀지 않았으면 오늘 그냥 토요일인 줄 알았겠지
틔터에 풀어놨던 건데 분량이 제법 길어서 백업! 이라고 쓰고 붙여보니까 하나도 안 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ㅏ 몰라 언젠간 백업할거잖아..
화이트데이니까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랑 김종/욱 찾기 짬뽕해서 키치하고 달달하게 B급 심부름센터 하는 민호 보고 싶다!
영화에서처럼 첫사랑 찾아주는 곳 아니고 그냥 생활 심부름센터 같은 덴데 사실 수익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원래 진짜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우리나라로 치면 두 글자짜리 이름의 대기업, 뭐 그런 직장에 다니던 민호였는데 아침 일찍부터 넥타이 졸라매고 회사 출근했다가 밤늦게 퇴근해서 잠자고 다시 출근... 이런 삭막하고 기계적인 뉴욕 생활에 환멸을 느껴서 사표 내고 퇴직금이랑 모은 돈 다 털어가지고 캘리포니아로 내려가.
앞서 말했다시피 생활 심부름센터기 때문에 집나간 고양이 강아지 이런 애기들 찾아주고 자잘한 부탁 들어주면서 기뻐하는 사람들 얼굴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데, 그것도 여유가 있을 때 얘기지. 예상은 했지만 수익도 그리 크지 않고, 모아놓은 돈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이러니까 낙천적이고 밝은 민호지만서도 약간 걱정을 하겠지. 아... 문 닫고 요리 배워서 푸드 트럭을 해 볼까? 그거 하면 미국 방방곡곡 다니면서 멋진 곳 구경도 하고 내 음식도 팔고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 하고. 아무튼 한 달~ 두 달 내로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때에 찾아온 손님이 뉴트인거야.
민호는 어 잘생긴 손님 되게 낯이 익으시네.. 생각하다가 의뢰인 이름 보고 갑자기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지: 어, 얘 나 런던 있을 때 같이 학교 다녔던 애 아냐?
민호는 열두 살 때까지 런던에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다니던 학교에서 뉴트를 처음 만났던 거야. 그것도 같은 반, 인기 완전 많았던 친구. 반가워서 순간 아는 척 하려고 했지만, 민호는 망설이게 될 것 같다. 왜냐면 뉴트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그 때가 자기한테는 가장 암흑기이자 흑역사 같은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에 두 사람이 다니던 학교는 영국 애들만 많은 국립 학교였기 때문에, 몇 없는 아시안이었던 민호는 외모적인 면에서 조금 튀었었지. 지금처럼 번듯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꾀죄죄하고 통통했던 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순진하지만, 또 그와 동시에 의도치 않은 잔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민호와 자신들의 사이에 선을 그어두고 차별하고 따돌렸어. 나름 친해져보려 노력했던 민호였지만, 어린애라도 눈치가 있으니까 반에서 겉돌고 있는 자기의 위치를 알고 되게 주눅 들고 쓸쓸한 학교생활 했을 거고.
누구나 들추고 싶지 않은 시기가 있듯, 지금이야 자기 살고 있는 모습에 한 점 부끄럼 없고 낙천적인 민호라도 그 때를 다시 기억하긴 싫을 것 같다. 그것도 제 입으로는 더더욱 꺼내고 싶지 않겠지. 일종의 콤플렉스? 약점? 같은 거랄까. 게다가 지금도 잘생겼지만 어렸을 땐 정말 스윗하고 천사 같은 외모로 친구들이며 선생님들에게도 예쁨 받고 항상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뉴트였으니 자기같이 존재감 없던 애가 나 너랑 같은 반이었어! 하고 말해도 알 리가 있나. 그냥 너는 의뢰인이고 나는 직원... 이런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그러나 친절하게) 뉴트를 대하는 민호. 어떤 일 맡기려고 하시냐고, 물었는데 내어놓은 뉴트의 대답은 제법 의외였지.
"제가 사고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려서요. 열네 살 이전으로의 기억이 전혀 없어요."
"아... 그럼 고객님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해서 알고 싶단 말씀이신가요?"
나는 그 때의 기억을 잊으려고 무진장 노력하는데, 너는 그 때의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민호는 상담 일지에 뉴트의 말을 받아 적으면서 그렇게 생각해. 근데 뉴트가 고개를 저으면서
"아뇨, 잃어버린 과거 말고, 제 첫사랑을 찾아주세요."
"첫사랑이요?"
"...네. 정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 제 유년시절의 첫사랑이었던, 그 애의 어렴풋한 실루엣만 기억이 나요. 그 애만 찾으면 제 유년시절의 기억이 모두 돌아올 것도 같은데."
그럼 민호는 누굴까, 아주 어릴 때라면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닌 애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뉴트에게 물어봐.
"뉴트 씨가 기억하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그 애는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그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뉴트의 유년시절이 잠들어 있는 런던으로 떠나는 뉴트와 민호. 동갑의 남자애들이니까 둘이 많이 친해져서 트라팔가 광장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저녁엔 숙소에서 런던 야경 보면서 캔맥 먹고 꼭 찾아드릴게요, 뉴트 씨 첫사랑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 얘기도 할 것 같다. 뉴트는 이제 얘랑 친해졌으니까 민호 씨의 유년시절은 어땠냐고 물어보는데 민호는 그 때마다 은근히 이야기를 피해.
그리고 자료상 뉴트가 옛날에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는 동네랑, 두 사람의 모교인 초등학교 앞에도 가보고, 둘이 학교 앞에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는데 뉴트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해. "어, 맞아요. 이 길! 이렇게, 노을빛이 흰 길 위로 내려앉을 때면 나는 혼자 집에 가는 그 애의 하교 길을 몰래 따라갔어요. 그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는데, 나도 그 애도 어린애였잖아요. 그땐 용기가 안 났었나 봐요."
그 애가 집까지 무사히 들어가는 걸 보고 자기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자기 집까지 갔었다는 뉴트의 얘기를 들으면서 민호는 허허 웃고 속으로 생각하겠지. 나 어렸을 때 살던 집도 이쪽 방향이었는데 와 신기하네? 진짜 내가 그 애를 만났을 수도 있겠구나.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아는 그 뉴트의 첫사랑은 당연히 민호오... 결국에 모든 걸 알게 된 뉴트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그 거리에 서서 민호의 뺨을 감싸고 이렇게 말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