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민호] Holly jolly night
출항이 얼마 남지 않은 런던 항의 해군 기지는 조용했다. 제독과 대령은 총독의 취임 행사에 참석하여 나란히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본래 취임식에 필히 참석해야 할 의무를 갖춘 것은 제독 혼자뿐이었으나 그는 부득불 옆에 대령 해리 오스본을 달고 나섰다. 제독은 뛰어난 지략과 검술 실력으로 젊은 나이에 대령이라는 자리에 앉아 명예를 거머쥔 오스본을 꽤 눈독들이고 있는 눈치였다. 항간에서는 그가 제 딸과 오스본 대령을 혼인시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혼담이 오간다, 더 나아가 혼사 날이 정해졌다는 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설이 난무했으나 그 중 어느 것 하나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템즈 강의 서쪽에 있는 본부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며 오스본은 자신을 보좌하는 충직한 소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피곤해 보이는군. 직무 태만이라고 하지 않을 테니 오늘 하루는 쉬도록 해.’ 그러나 소령, 민호는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일을 반납하고 바지런히 걸음을 옮기며 제가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그의 상관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명령 불이행 같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는 자신에게 인간다운 삶을 되찾게 해준 오스본에 대한 은혜를 갚는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모로 뛰어난 수하를 두고 있다는 건 여러 모로 오스본의 이력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테였다. 그러므로 제 상관의 명성과 지위에 걸맞게, 누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민호는 자신의 일과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었다.
민호는 요즘 틈이 날 때마다 해도를 암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다의 깊이, 해안의 지형, 해류와 조류, 수많은 부표 그리고 항로. 얄팍한 종이 위에 옮겨 놓은 바다의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새기는 것은 항해와 군사 작전-물론 직접 작전을 짜는 것은 제가 아니지만-을 세울 때에 무척 유용하게 쓰였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전 회의를 하고, 암기한 해도를 배경삼아 넌지시 의견을 피력할 때마다 그의 지식에 감탄하는 대령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자면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 해도 어떻게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외우기 위해 저절로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Whale done.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아직 젊은 나이의 해군 대원은 오죽할까. 존경하는 상관의 칭찬과 인정은 여지껏 맛본 어느 과실보다도 달콤했다.
나선형의 층계를 따라 두 번 오르면 좁고 긴 복도가 나타난다. 언제나 해도는 복도의 안쪽 끝에 위치한 회의실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 암갈색의 카펫 위로 잘 닦인 워커를 한 발짝 내딛으며, 그는 언제나 긴장 상태로 뻣뻣하게 걸었던 복도를 조금 여유 있고 느슨하게 걸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론 오스본은 그에게 쉬라고 말했지만, 글씨 한 자 읽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로 입대한 이후로 그는 훈련과 그 이외 남들보다 뒤쳐진 지식수준에 따라가기 위해 정신없이 학습하고 또 익히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매일을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그는 유희를 즐길 줄도 몰랐으며 또한 그에게는 유희거리라 칭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냥, 해도를 좀 들여다보다가 허기가 지면 간단히 저녁 식사를 때울 예정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러나 그 다음 일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계획은 이미 허물어졌다. 복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령의 집무실을 지나던 중, 마치 책등이 땅에 부딪히는 듯한 인기척을 들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듣지 못했을 아주 작은 소음이었지만 민호는 남들과 달리 몹시 기척에 민감했다. 그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 정체 모를 소음의 근원이었던 오스본의 방문 앞에 섰다. 분명 주인이 자리를 비워 오늘 자정까지는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공간이다. 그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며 양 쪽 문을 천천히 힘주어 밀었다.
문을 열면 방의 가장 정 중앙에 위치한 육인용 테이블, 그 위에는 등유로 불을 밝힌 램프가 올려져있는 것이 보이고, 건너편으로 시선을 옮기면 최고급 흑단목으로 짜 맞춘 대령의 집무용 책상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상의 주인이 자리에 앉으면 그의 머리 위로 걸리는 유니온 기와 황금빛 사자 세 마리, 벽에 부착되어 있는 하사받은 칼,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티 세트와 크고 작은 술병들. 모든 것이 민호가 익히 알고 있는 오스본의 집무실이 맞았으나 그가 위화감을 느낀 곳은 따로 있었다.
제복을 입은 남자. 짙은 남색에 금장으로 가슴팍의 테두리가 덧대어진, 하루에 수 십, 아니 수 백 번은 넘게 봐 눈에 익은 차림을 한 남자가 장식장 위에 놓인 함선 모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간도 크지. 대체 누가 감히 대령의 집무실을 제 집인 양 함부로 드나든단 말인가. 민호는 딱딱하게 낯을 굳힌 채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복식을 보아하니 제 상관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불쑥 말을 걸면 화들짝 놀랄 법도 한데 남자는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는데요.’ 그것은 마치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무척 여유롭고 누긋한 투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장난에 열중하는 남자의 뒤통수에 눈길을 주던 민호는 허리춤에 찬 칼자루를 거머쥔 채 소리 없이 다가갔다. …아, 그래?
“칼에 손 떼.”
등 뒤에 바짝 붙어서는 인기척을 느낀 남자보단 민호가 반 박자 빨랐다. 그는 깃 위로 드러난 목 바로 아래에 빼어든 칼을 들이밀었다. 여린 부위의 살갗 위로 예리한 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다. 위협하듯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에 그는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 채로, 제 몫의 칼자루로 향하던 양 손을 순순히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항복과 복종의 의미였다. 정체 모를 사내에게서 칼날을 거두지 않은 채로 민호는 말했다. 어느 분대 소속인진 모르겠지만, 자네가 지금 이 곳에 있어선 안 되는 이유 두 가지를 일러 주지.
“첫 번째, 오스본 대령은 그의 상관인 제독님과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집무실에 들이지 않아. 그에게 전달되기 전 모든 보고는 내게 먼저 이루어지지. 그리고 두 번째, 찾는 물건이 뭔진 모르겠지만 이 집무실에 있는 모든 물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왕명으로 하사받은 오스본 대령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네 정체를 밝혀, 이 쥐새끼야.
사실 허리춤으로 손이 갈 때부터 그가 해군의 가죽을 흉내 낸 침입자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민호는 칼끝을 옮겨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군모를 떨어뜨렸다. 좌우가 긴 군모가 카펫 위로 떨어짐과 동시에 모자 속에 갇혀 있던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그리 길지 않은 밀빛 머리. 몇 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내와 이제 뒤통수만 보아도 누군지 맞출 수 있는 부대원들 중에서는 확실히 본 적 없는 모습이다. 낯선 뒷모습을 가진 그는 아이쿠, 부러 과장된 추임새를 넣으며 허리를 굽히고 군모를 주워들었다. 바닥에 나뒹굴던 제 모자를 여러 번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머리 위로 올려 쓴다. “쥐새끼라니 말이 심한 걸….” 손가락 끝으로 여러 번 모자를 누르고 매만진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민호를 마주했다. 완벽하게 각이 잡힌 군모 아래로 얼굴이 드러났다. 엷으면서도 섬세한 이목구비, 좁고 날카로운 하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견 여린 소년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외양이지만 사납고 예리한 모양새로 자리잡아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눈썹과 남자답게 각이 진 이마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뜻밖의 인물을 맞닥뜨린 당혹감에 민호는 한 쪽 눈을 작게 찡그렸다. 그는 여유롭게 웃고 있는 이 사내의 얼굴을 숱하게 본 경험이 있다. 직접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와 똑 닮은 몽타주가 그려진 수배 포스터로. 몇 백만 파운드가 목에 걸린 값비싼 그는 전 해군이 잡아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망망대해를 가르고 있을 몇 백 척의 해적선 중 유일하게 딱 한 척, 바다보다 어둡고 검푸른 색의 돛을 단, ‘올드 로저’ 호의 선장 뉴트. 그가 지금 제 앞에 서 있었다.
잔악무도한 해적질을 하는 인물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저 얼굴에 홀린 것 같다, 라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다. 경계와 주의가 소홀해 진 틈을 타 뉴트는 가볍게 몸을 숙여 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민호의 손목을 걷어찼다. 묵직한 검이 퉁, 둔탁한 소리를 내며 저만치로 떠밀린다. 욱신거리는 팔목을 쥐고 허리를 굽혀 떨어진 제 검에 손을 뻗는 민호의 이마에 차가운 쇠붙이가 닿았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구부렸던 몸을 천천히 펴고 일어났다. 고개를 치켜들자 여전히 이마에 겨눈 총구를 거두지 않은 채, 한 쪽 손을 제복 주머니에 꽂아 넣은 뉴트가 보였다. 칼자루, 아니, 이제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이 쥐어졌다.
엷은 입 꼬리 끝을 비뚜름하게 올려 웃는 그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묻어났다. 얼핏 보면 한없이 가볍고 유한 분위기를 가진 뉴트였으나, 민호는 그의 이름에 몇 백 만 파운드라는 파격적인 현상금이 괜히 붙은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마른 체구의, 그러나 파도처럼 강인하고 바람처럼 재빠른 사내는 언제든 저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새삼 그 사실을 상기하고 나니 벼랑 끝에 몰린 온 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이성,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기 암시를 하며 민호가 완벽히 몸을 일으키자 뉴트는 총을 고쳐 쥐며 퍽 유쾌한 투로 말했다. 자, 그럼 내가 방금 알게 된 두 가지의 사실이 있는데 들어 볼래?
“첫 번째, 사춘기 계집애마냥 집무실에 들이는 이를 극히 가리는 걸 보아하니 내가 찾고 있는 ‘그게’ 정말로 해리의 방에 있긴 한 모양이야, 응? 고맙게도 이 사실은 방금 네가 입증해준 셈이지. 그리고 두 번째, 아무도 없을 때 대령의 집무실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 보아하니 아마도 넌 ‘아무나’가 아닌 것 같네.”
무슨 사이지? 계급을 나타내는 표식과, 그런 것을 읽을 줄 모르는 이라 하더라도 민호의 복식으로 제가 오스본의 아래에 있는 수하라는 사실을 응당 유추할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는 그런 것을 묻는다. 뉴트가 음절 음절을 뱉을 때마다 풍기는 알코올 냄새로 민호는 그가 술에 취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가 발음한 ‘무슨 사이’ 란 표면적으로 보이는 계급적 측면을 떠나, 조금 더 의뭉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다던가.
“취향이 바뀐 건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싶은 거야?”
“이상하네. 해리는 분명….”
주박으로 몸을 묶은 것처럼 총 한 자루로 민호의 움직임을 동여맨 뉴트는 가까이 다가가 퍽 다정한 모양새로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이마에 붙인 차가운 총구를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그의 나른한 시선과 함께 총구가 미끄러지듯 내려가 민호의 몸을 훑었다. 코, 입술 끝, 턱, 목덜미. 마치 손끝으로 직접 어루만지듯이 제 손에 쥐인 총을 천천히 놀리며 그는 문득 무언가를 막 깨달은 듯, 그러나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아, 육감적인 여자가 아니라….
“육감적인 몸을 좋아하는 거였구만.”
그는 민호의 귓전에 입술을 착 붙이고, 악마처럼 속삭였다. 여린 솜털이 곤두선 귓가가 온통 축축했다. 뱀처럼 그의 몸을 타고 느른하게 흐르던 총구는 민호의 가슴팍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총구의 끝이 몇 겹의 천 조각 아래에 유두가 자리하고 있을 부분을 꾹 눌렀다. 생경한 느낌의 자극. 마치 제가 젖꼭지를 희롱당하는 처녀와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야릇하게 피어오르는 원초적인 무언가를 떨쳐내기 위해 민호는 한 쪽 입술 끝을 짓씹고 말했다. ‘농담할거면 닥쳐.’ 그러나 평정을 되찾기 위해 뱉은 발언은 뉴트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모양이었다.
“뭐야, 농담이라니. 난 진심이었는데……재미있었나 봐? 아, 이것 참 뿌듯한데!”
뉴트는 민호의 어깨 위로 자신의 가벼운 머리를 기울이며 키들거렸다. 얇은 머리칼이 두터운 제복 위로 마구 흩어지고, 유쾌함을 감출 수 없는 손이 어깨를 부산스럽게 두들기는 와중에도 총을 쥔 그의 한 쪽 손만큼은 착실하고 정확하게 민호의 가슴팍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이라도 방아쇠를 당기면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과도 같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동은 끝없이 민호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한참을 민호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고 웃던 뉴트의 음성이 점차 잦아들었다. 그는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 곧추 선 어깨와 척추를 차례로 쓸고 다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얌전히 있어.’ 입 꼬리가 둥글고 부드럽게 휘어졌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서늘함과 차분함이 깃든 눈동자로 다시 한 번, 민호를 보며 뉴트가 말을 이었다.
나는 단지 ‘내 물건’ 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하러 온 거야. 오늘은 이곳에서 먼지 한 톨도 훔쳐갈 생각이 없고, 누군가를 해칠 계획 또한 없거든? 원랜 마주치면 별 수 없이 죽이려고 했는데, 어… 방금 전에 생각이 좀 바뀌었어. 협조해 준다면 물건을 찾을 때까지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너도 제독과 해리가 당도할 때까지 얌전하게 집 지키는 편이 좋지 않나. 어차피 그러려고 남아 있는 거잖아?”
그랬다. 이번만큼은 그의 말에 틀린 구석이 없었다. 민호는 해리 오스본이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오스본이 그에게 기대하는 ‘믿음직한 소령’의 역할로서 기지를 비운 반 나절 사이에 허술한 경비로 무단 침입자를 들였다는 보고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제게 두 번째 삶을 새로이 살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는 은인의 신임을 잃고 싶진 않았다. 찬찬히, 제 앞에 벌어진 일들을 순차적으로 되짚는다. 제 칼은 뉴트의 발에 채여 이미 제 손을 떠난 지 오래였고, 본의 아니게 무장 해제된 맨몸으로 총을 든 무뢰한을 상대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제게 총을 겨누고 있는 저 치는 일개 술 취한 주정뱅이 따위가 아니었다. 따갑게 메어오는 목을 느끼며 민호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는 해적 놈들과 거래를 하는 셈이 되는 건가.
“지금 날더러 해적 놈의 말을 믿으라는 건가?”
“오, 신뢰가 안 간다면 내가 해적의 명예를 걸고 맹세, 아니, 설득력이 없어 보이니 대신 끔찍이도 아끼는 내 배를 걸고 맹세하지. 선장에게 있어 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겠지?”
“…….”
“좋아. 일단 여기 앉아.”
뉴트는 가까이 놓인 테이블의 의자 하나를 쭉 끌어와 턱짓을 했다. 괜히 멍청하게 그의 말을 믿었다가 온 몸에 벌집구멍이 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가슴 한켠에서 고개를 내밀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 뉴트를 상대할 방법은 전무했으므로 민호는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뉴트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 출처를 알 수 없는 밧줄이 민호의 가슴팍 위를 가로질렀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정처 없이 헤매던 시선을 허공 어딘가에 걸어두고 있던 민호는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흔들었다. 안 건드린다며 개자식아! 그의 바르작거림에 들썩이던 의자 다리가 몇 번이나 나무 바닥을 쾅쾅 내리찍었다. 등 뒤에 붙어서 밧줄을 두르던 뉴트는 민호의 어깨를 잡아 누르며 그를 진정시켰다. 어깨에 붙은 견장 위로 예리한 턱을 얹는다.
“워워, 진정해. 나 아직 총 가지고 있거든? 너무 날뛰지 마, 안 해치겠다고 약속했잖아. 잠시만 묶어둘게. 안전과 우리의 평화로운 대화를 위해서.”
안전? 평화? 시발, 애초에 좆같은 제안을 할 때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저를 향한 직접적인 욕설이 난무했으나 뉴트는 그저 옅게 웃으며 작업을 이행했다. 수 십, 아니 수 백 명의 피를 적셨을 손이 몇 번이나 가슴 언저리를 배회하고 뒷덜미로는 자꾸만 미적지근한 숨결이 닿았다. 왠지 모르게 뒤에서 끌어안기는 듯한 자세가 찝찝했던 민호는 몇 번이나 몸을 뒤틀었지만 쉽지 않았다. ‘아, 있잖아.’ 예고도 없이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로 쏟아졌다. 젠장, 있긴 뭐가 있어! 민호는 군인으로서의 위엄과 용맹도 잊고 갑작스레 찾아든 자극에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고의로 그런 것인가 잠시 생각했으나 일부러 노리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도 놀라운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나는…. 아, 이미 알고 있겠지? 영광스럽게도. 그래, 그럼 내가 물어야겠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해군 나리?”
몰래 숨어든 쥐새끼를 잡으러 왔다가 도리어 제가 붙들려 사이좋게 통성명이나 하고 앉았다. 대체 이 장단에 언제까지 맞춰줘야 하는 거야? 순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끌고 온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한심함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본능이 사라지지 않은 민호는 성실히 대답했다. ‘…민호.’ 민호오? 끝을 길게 늘린 발음에는 어눌함이 묻어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을 외우기라도 하듯 민호의 이름을 여러 번 되뇌었다. 민호, 민, 으음…. 특이한 이름이군. 중얼거리며 그는 매듭을 묶었다. 교차되어 맞대어진 손목 위로 강한 압박이 가해졌다.
“동양에서 왔다는 건 알겠어. 어느 나라에서 왔지?”
“몰라. 난 기억이 없으니까.”
정말로, 반추해보려 해도 그에게는 아주 어린 날들의 기억이 없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것이라고는 남들에게 불릴 수 있는 제 이름 두 자 뿐. 처음 눈을 뜨고 자신의 상황을 인지했을 때 민호는 어느 음습한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해감내가 풍기고 오래된 창살 위로 이끼가 내린 그곳은 이름 모를 어느 해적선의 노예들을 한데 모아 넣어둔 수용소와도 같은 곳이었다. 창살 밖, 사다리 위로 뚫린 출입문이 닫히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그 곳에서 그는 말라빠진 바다풀 따위를 먹고, 아침이 되면 끌려 나가 갑판을 닦으며 강제 노역을 당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성에 차지 않게 일할 경우 쏟아지는 갑판장의 채찍질과 폭력 또한 모조리 감내해야 했다. 그러한 가혹 행위들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숨이 끊긴 채 물고기 밥으로 던져지거나, 혹은 스스로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도 많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는 지옥같은 상황을 견뎌내기에 민호는 너무나 어렸고, 서로의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 같은 처지의 그들 중에는 기꺼이 그의 앞가림을 해줄 보호자도 없었다. 배고픔으로, 혹은 고통으로. 먼저 떠난 그들처럼 그의 숨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 있던 바로 그 때, 민호는 소음에 눈을 떴고, 감옥과도 같은 지하실에 빛이 스며든 것을 목격했다. 노역을 행해야 하는 시간 이외에 원래 그곳의 문은 열리지 않았었다. 전엔 없던 일이었다.
‘20명 남짓 되는 것 같습니다! 부둣가나 항구에서 끌려와 강제 노역을 당했던 모양입니다!’ 잰 걸음으로 들어와 쇠창살 안의 자신들을 살핀 남자가 큰 소리로 보고했고, 뒤이어 내려온 또 다른 남자는 자신들을 풀어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제복을 입은 그는 단호하게 선언했다. ‘이제 당신들을 가족들 곁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그 말과 함께 민호는 우르르 떠밀려 계단을 올랐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빛에 민호는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차양을 만들었다. 적응이 된 시야가 점점 선명해졌다. 갑판 위에는 자유를 선포한 남자와 같은 옷을 입은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선장과 흉악스러운 그의 선원들은 모두 죄수의 그것과도 같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꿈에서도 감히 떠올릴 수 없었던 그 광경을 보며 민호는 깨달았다. 자유. 칠흑과도 같던 지하 수용소는 이제 더 이상 그의 거처가 아니었다.
자유를 되찾은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으나 민호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모두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으나 기억을 잃은 민호로서는 돌아갈 곳이 부재한 것이었다. 민호는 그 가끔 그 시기를 ‘너무 오래 가둬 두어 문을 열어 놓아도 더 이상 날지 못하고 제 둥지를 잊은 새와도 같은 신세였다’ 고 회상했다. 그는 물이 가득 찬 오크통에 비친 제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함께 배에 탄 이들과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곳 사람이 아니겠구나, 라는 추측 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다. 선원들에게 물어보면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들에게 말을 붙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그와 한 배를 탔던 모든 이들이 돌아가고, 어리고 갈 곳이 없는 이방인인 민호의 거처를 의논하던 그 때, 그의 어깨를 감싸던 손길이 있었다. ‘입대를 지원하는 건 어때?’ 민호는 고개를 들었다. 다른 이들과 별 다른 바 없는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차림새는 수많은 그들과 다를 바 없었으나 민호를 내려다보는 눈길만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다정하고 따뜻했다. ‘폐하에게 충성을 약속하고, 우리와 함께 가자.’ 구원과도 같은 그 목소리에 민호는 입대를 결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갈 곳 없어 길거리에서 배를 곯았을 소년을 구제해준 젊은 해군 대원은 어느덧 대령이, 그리고 그가 아니었다면 어딘가에서 외롭게 죽어갔을 어린 소년은 그를 보좌하는 소령이 되었다. 그를 처음 만났던 10년 전의 어느 날부터 지금까지, 민호는 왕명을 받들어 물살을 가르고 해적을 소탕하는 그를 동경하고 또 절대적으로 따랐다.
“왕명? 오, 실은 왕명을 빙자한 보물찾기겠지.”
“대령님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은 무슨,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야.”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민호 덕에 한결 행동하기가 수월해진 뉴트는 오스본의 책상 서랍을 순서대로 뒤적이며 말을 이었다. 왕명이라, 그래, 왕명. 왕명도 물론 이유가 될 수 있겠지. 그 ‘왕명’을 내세워 해리 오스본이 그동안 눈에 불을 켜고 해적의 씨를 말린 진짜 이유, 그리고 내가 오늘 이 곳에 기어들어온 이유는 모두 같거든. 맞춰 봐, 뭐 때문일 것 같아? 때마침 마지막 서랍을 열던 그가 잠시 몸을 구부려 자그마한 상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 찾았다.”
상자 안에서 끄집어낸 내용물은 그리 무겁고 다루기 위험한 물건이 아니었다. 손바닥 위에서 가볍게 던졌다 받았다, 종내에는 그것을 잡아 흔들며 뉴트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듯 유쾌한 목소리였다.
“바로 이……나침반 때문이지.”
훔쳐갈 것도 없는 해군의 집무실에 뭐 그렇게 대단한 걸 찾으러 왔나 했더니, 고작 나침반?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역시 뉴트의 손아귀에서 가벼이 다루어지고 있는 저 나침반을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뾰족한 바늘의 끝이 네 방위 중 어느 한 곳도 명확히 가리키지 못하고 끝없이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오스본의 집무실에서 민호가 하루 종일 머무는 동안, 오스본은 틈이 날 때마다 서랍 깊은 곳에서 저 나침반을 꺼내어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심각한 얼굴을 했었다.
“그건 그냥 고장 난 나침반이잖아.”
“아, 그래 보여?”
해리가 그래?
애초부터 해적질하는 놈에게 예의범절을 기대하지도 않았으나 제 하늘과도 같은 상관의 이름을 뉘 집 개새끼 이름 부르듯 해리, 해리 하고 부르는 투가 영 불쾌했다. 내가 밧줄만 아니면 저 새끼를 그냥. 민호는 묶여있는 제 몸뚱이와 저만치에 떨어져 있는 제 칼, 그리고 나침반을 그러쥔 채 뒷짐을 지고 천천히 제 앞을 오가는 뉴트를 차례로 곁눈질했다. 기분 나쁘게도 제가 존경하는 이를 닮은 얼굴을 한 그는 코끝을 슥 문지르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긴 이야기를 꺼내었다.
‘올드 로저’의 주인 뉴트의 아버지는 ‘그들의 황금시대’라고 명명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사략선과 해적선이 카리브 해를 성행하던 수 십 년 전, 시대와 바다를 아우르는 해적이었던 ‘옥쉴로스’ 호의 선장 조젠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그 과정에 뼈와 살이 더해진 그의 일대기는 전설처럼 남아 오늘날 ‘대 해적’이라는 명예스런 칭호가 붙었지만, 수년간 그를 쫓아다니고 결국 사로잡아 교수형에 처한 해군의 입장에서는 그냥 왕의 특사를 무시하고 끝끝내 약탈과 살인을 일삼던 범죄자일 뿐이었다. 아무튼 뉴트의 친부이기도 했던 조젠은 자신이 몇 해를 넘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할 것이라는 예지몽을 꾸고 그가 끌어 모은 보석들의 절반 이상과, 또한 소유하고 있는 금붙이들과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수 백 년 전 카리브 해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던 ‘어떠한 보물’을 어느 섬에다 묻어 두었다. 그 소문을 전해들은 당대의 해적들과, 그 다음 세대의 많은 해적들이 그의 흔적을 뒤쫓아 조젠의 전리품들을 취하려 했으나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조젠의 배에 탔던 선원들은 그가 체포당했던 함상의 마지막 결전 때 전멸했으며 또한 그의 심장과도 같았던 ‘옥쉴로스’ 호는 침몰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모두 묻어둔 곳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 역시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시 카리브 해에는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무수히 많았으므로 그것들을 모조리 뒤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단 한 가지, 조젠이 항상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그의 ‘나침반’ 만이 그것들이 묻힌 곳을 알려준다고 했으나 이미 조젠의 배와 선원들, 그의 모든 것들은 잔혹하고 깊은 심해 아래로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거의 전설화가 될 때 쯤, 긴 잠을 자던 무언가가 깨어나듯, 바다 깊은 곳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소식이 있었다. 아주 우연히 어느 해적의 손에 들어가게 된 ‘조젠의 나침반’에 대한 행방이었다. 그것은 거친 물살과 파도를 타고 망망대해로 퍼지게 되었다.
뉴트의 말에 따르자면, 조젠의 모든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해리 오스본은 그동안 그의 나침반을 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해적선을 소탕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오스본은 그가 원하던 조젠의 나침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모든 이야기들에 의하면 그 ‘나침반’ 만이 조젠의 비밀이 묻힌 곳을 찾는 유일한 단서라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단서를 거머쥔 해리 오스본은 아직 그 비밀을 풀지 못하였다.
“그래서, 해리는 이게 고장 난 나침반이라 알고 있다고?”
천만에. 이건 아주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걸. 뉴트는 민호가 볼 수 있도록 나침반을 내밀었다. 정처 없이 뱅글뱅글 돌던 나침반의 바늘이 거짓말 같게도 제대로 된 방향을 가리키고 서 있었다.
“자, 봐. 대대로 해적의 피를 이어받은 이의 손에 들어가면 제대로 볼 수 있어. 그러니까 물론 해리도 볼 수 있겠지.”
“…….”
나침반을 만지작거리며 집무실 안을 유유히 배회하던 뉴트는 정적이 찾아들자 몸을 빙글 돌려 민호를 보았다.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찡그린 얼굴에 배어 있는 의아함을 읽어낸 그가 물었다. ‘아, 혹시 조젠의 진짜 이름을 모르나?’ 민호는 입을 다물었다. …조젠의 이름은 조젠이 아니었던가. 그에게 다른 이름이 있다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아….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군. 유감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며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만들어낸 그는 방향을 틀어 민호가 앉아 있는 의자 앞으로 다가왔다. 삐걱, 삐걱, 오래 된 나무 바닥의 판자가 울었고 멈춰선 그는 허리를 앞으로 굽혔다.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눈이 마주친다. 밤색 눈동자에 비친 제 자신이 무척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다 느끼고 있을 때, 뉴트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조젠의 진짜 이름은….
“…에드워드 오스본. 해리, 그리고 나의 아버지이기도 하지. 우린 피를 나눈 형제거든.”
“……!!”
“해적인 아버지의 존재를 경멸해 제 발로 떠난 주제에, 그가 남긴 유물들은 취하려 들다니 정말 우습지 않아?”
[침입자의 흔적이 있다!]
척! 정문을 지키고 서 있는 소년 보초병을 찾는 소리와 함께 부산스러운 인기척이 들렸다. 아래층의 소란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뉴트는 다시 고개를 틀어 민호의 얼굴을 보았다. ‘그만 가 봐야겠네.’ 곧게 뻗은 속눈썹이 깜빡, 깜빡, 천천히 눈꺼풀을 여닫고 절반쯤 드러난 눈동자에는 또 다시 자신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그가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과부하가 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민호는 뉴트의 눈동자 속 비중을 차지한 자신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깜빡, 깜빡. 생각의 매듭을 짓기도 전에 묘한 향을 품은 무언가가 메마른 입술을 꾹 누르고 떨어졌다. 그제서야 민호는 제 모습을 담은 눈매가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해풍에 거칠어진 뺨을 감싸 올려 시선을 맞추며 뉴트가 말했다. 말했지, 원래 죽이려고 했다고. 목숨 값으로 이 정돈 받아도 되겠지?
“내가 다녀간 건 비밀로 하자. 물론 거짓말 할 생각은 마, 달은 언제나 널 지켜보고 있을 거니까.”
그 말을 남긴 뉴트는 허리를 펴고 일어나 재빠르게 창가로 달려가 창문을 열어젖혔다. 램프 하나만을 켜 두어 어둑어둑했던 집무실 안으로 시기가 이른 달빛이 쏟아졌다. 흩날리는 커튼 너머로 창틀에 다리를 한 쪽 접어 올리다 말고 무언가를 잊은 듯한 얼굴로 아, 외마디 탄식을 흘린 그가 다시 다리를 내리고 민호의 앞으로 걸어왔다. ‘내가 잠시 잊었는데,’ 딱딱한 나무 위에 붙이고 앉아 있던 그의 둔부를 순식간에 콱 움켜쥐며, 뉴트는 고개를 내려 속살거렸다. 두 콧등이 맞닿고 뜨끈한 숨이 민호의 얼굴을 덮는다.
“이거, 돌아올 때까지 간수 잘 해. 알았지?”
1. 뒷부분이 더 있는데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가 않아서 자름. 아이고 난 모르겠다..
2. 해리가 찾은 '나침반'은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그 나침반이 맞습니다
3. 사족 달 거 많은 썰인데 막상 쓰려니까 생각이 안 난다